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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부산 영도구에 자리한 흰여울 마을은 바다와 가장 가깝게 위치한 언덕 마을로,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와 배경지로도 자주 등장하는 곳입니다. 파란 바다와 맞닿은 흰색 건물, 좁은 골목길 사이로 펼쳐진 풍경은 이국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오래된 마을의 따뜻한 정취를 품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직접 걸어본 흰여울마을의 매력을 세 가지 장면으로 나누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바다와 맞닿은 언덕길의 첫인상
흰여울 마을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이곳은 바다와 함께 숨 쉬는 마을”이라는 인상이었습니다. 마을 입구에서 내려다보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과 그 뒤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바다와 마을 사이의 경계가 거의 없는 듯 하며, 집 바로 앞에서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풍경은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들, 주민들이 가꾼 화분 그리고 오래된 간판이 하나의 그림처럼 이어집니다. 부산의 번화가 해운대나 광안리에서 느낄 수 없는, 조금은 낡았지만 정겹고 따뜻한 분위기가 아주 매력적입니다. 특히 햇살이 좋은 날에는 바다빛이 하얀 벽에 반사되어 마을 이름 그대로 ‘흰 여울’ 같은 빛깔을 만들어 내는것을 볼 수 있습니다.
2. 영화 같은 풍경과 골목의 이야기
흰여울 마을이 더 유명해졌던 것은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지로 사용되면서다. 영화 <변호인>에서 송강호가 살아왔던 내용,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의 인물들이 스쳐 지나가던 장면이 모두 이곳에서 촬영됐다. 실제로 걸어보면 왜 촬영지로 많이 쓰였는지 알 수가 있는 곳입니다. 파도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들려오고, 골목마다 작은 이야기가 숨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흰여울문화마을 예술공방이나 갤러리 카페들은 여행자들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된다. 한 카페 창가에 앉아서 바라본 바다는 그 자체로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잦아들고, 눈앞에 보이는 건 오직 푸른 수평선뿐일 때, 이곳이 왜 ‘부산의 산토리니’라고 불리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마을 곳곳에는 과거 어촌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좁은 골목 끝에 남아 있는 오래된 창고와 낡은 나무 계단 그리고 주민들이 널어놓은 빨래줄까지 모두가 하나의 생활 풍경이자 예술 작품처럼 보였습니다. 흰여울 마을은 단순히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지금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살아 있는 마을’이라는 점에서 특별하게 느껴지는 마을이었습니다.
3. 천천히 걷다 보면 보이는 풍경들
흰여울 마을은 빠르게 동네 한바퀴를 둘러볼 수도 있지만, 진짜 매력은 천천히 걸을 때 드러납니다. 바다를 따라 난 산책로를 걸으면 발밑으로 파도가 부서지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다른 각도의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날씨에 따라 또는 시간대에 따라 풍경이 달라져서 마치 매번 새로운 마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곳입니다.
나는 오후 늦게 마을을 방문했는데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바다는 은빛으로 반짝였고, 집집마다 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흰여울 마을은 활기찬 낮의 풍경에서 벗어나, 잔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변해갔습니다. 골목길 사이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 어르신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어우러져, 여행자가 아닌 이웃의 입장에서 마을을 바라볼 수 있는 정겨운 곳이었습니다.
또한 흰여울 마을에는 바다 전망이 좋은 벤치와 포토존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천천히 걸으며 잠시 쉬어 가기에 좋습니다. 바다 바람을 맞으며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부산이라는 도시의 분주함이 멀리 느껴지고, 오롯이 파도와 바람의 리듬 속에 자신을 맡길 수 있었습니다.
결론 – 바다와 사람이 함께 빚어낸 마을
흰여울마을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었다고 느껴집니다. 그곳은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공간 같았으며 바다와 가장 가까운 집들이 만들어내는 풍경과 영화 같은 골목길 그리고 지금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까지, 모두가 흰여울 마을만의 독특한 매력을 완성하고 있었습니다.
부산을 여행할 때는 흔히 해운대, 광안리, 감천문화마을을 먼저 떠올리지만, 나는 이제 누군가 부산 여행지 중에 어디가 좋냐고 물으면 꼭 흰여울마을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는 여운을 주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걷고, 바라보고, 바다와 함께 숨 쉬다 보면, 당신도 아마 나처럼 이곳에 마음 한 조각을 두고 오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