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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부산을 대표하고 가장 유명한 사찰을 꼽으라면 단연 범어사가 떠오릅니다. 금정산 자락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이 사찰은 통일신라 때 창건된 유서 깊은 고찰로,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불교의 법등을 이어온 장소입니다. 부산 하면 흔히 바다와 화려한 도시 풍경을 떠올리지만, 범어사는 그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산의 정취와 고요하고 평온한 사찰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제공합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범어사에서 느낀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나누고자 합니다.

연등 사진

1. 금정산 자락을 따라 오르는 길

범어사를 향하는 길은 이미 작은 여행의 시작과도 같습니다. 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에서 내려 조금 걷다 보면, 금정산 자락을 따라 펼쳐진 산길이 나타납니다. 울창한 나무들이 터널처럼 둘러싸고 있어 한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차분한 발걸음으로 오르다 보면 도심의 소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새소리와 바람소리만이 귀를 채웁니다.

길가에는 작은 약수터와 돌탑이 이어지고, 나무 사이로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맑게 반짝입니다. 사찰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특히 가을에 방문한다면 붉고 노란 단풍이 산길을 물들이며, 그 자체로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하게 합니다. 범어사에 이르는 길은 단순히 ‘가는 과정’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명상의 여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찰의 종 사진

2. 천년의 시간이 머무는 사찰 건축물

범어사 경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장엄한 일주문입니다. ‘부처님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곳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사찰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범어사의 주요 건축물은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것들이 많아 그 역사적 가치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웅전은 범어사의 중심이 되는 건물로, 정면에서 바라볼 때 느껴지는 웅장함과 단아한 곡선미가 압도적입니다. 기단 위에 자리한 목조건축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세월의 두께 속에서도 기품을 잃지 않았습니다. 내부에는 석가모니불이 모셔져 있는데, 금빛 불상이 주는 은은한 빛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힙니다.

또한 경내에는 삼층석탑, 범종각, 팔상전 등 다양한 불교문화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건축물에는 불교적 의미와 예술성이 함께 깃들어 있어, 천천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고요하고 평온한 감동을 받게 됩니다. 범어사는 단순히 관광지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온 불교문화와 신앙이 숨 쉬는 공간임을 새삼 느끼게 됩것입니다.

스님들 사진

3. 고요 속의 명상 체험

범어사의 또 다른 매력은 일반인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입니다. 대표적으로 템플스테이가 있는데, 하루 혹은 며칠간 사찰에 머물며 불교 수행을 직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새벽 예불에 참여해 스님들과 함께 목탁 소리에 맞춰 기도하고, 공양간에서 만든 정갈한 사찰 음식을 먹으며, 음식의 소중함도 알 수 있으며 사찰에서의 식사 예절도 배우는 등 산사에서의 생활을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잠시 시간을 내어 참선 체험에 참여했습니다. 스님의 안내에 따라 호흡에 집중하며 잠시 눈을 감으니, 일상의 번잡한 생각들이 서서히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풍경 소리가 그 자체로 음악처럼 다가왔습니다. 단 몇 분의 명상이었지만, 도시 생활 속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던 고요함이 마음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또한 범어사 주변 산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치유의 시간이 됩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소리는 마치 작은 법문처럼 느껴졌고, 돌계단 위에 앉아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에는 세상사에 대한 집착이 조금은 내려가는 듯했습니다.

 

결론: 범어사에서 찾은 내 마음의 쉼표

부산은 흔히 바다와 현대적인 도시의 이미지로 기억되지만, 범어사는 그 이면에서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금정산의 품 안에 안긴 사찰은 여행자에게 단순한 관광을 넘어, 잠시 멈추어 서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범어사에서 보낸 시간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천년의 세월이 무수히 쌓인 공간 속에서, 저는 오히려 제 마음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을 여행한다면 해운대와 광안리도 좋지만, 하루쯤은 범어사를 찾아 고요한 산사에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아마도 그곳에서 여러분 역시 일상 속에 꼭 필요한 작은 쉼표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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