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착부터 설레는 바다의 향기
부산에 도착하면 언제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광안리다. 해운대가 화려하고 북적이는 매력이 있다면, 광안리는 조금 더 여유롭고 친근한 느낌이 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마음이 먼저 시원해진다. 바다 특유의 짭조름한 향기가 코끝에 닿을 때, 아 이제 진짜 바다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광안리 해수욕장은 해변이 길게 펼쳐져 있어서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아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남기며 한참을 걸었다. 아이들이 모래성을 쌓고 있고, 커플들은 돗자리를 펴고 바다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다. 그 풍경 속에서 나도 여행자가 아닌, 그냥 이곳에 사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기분이 들었다.
광안대교가 저 멀리 보이는데, 낮에는 웅장하게 뻗은 모습이 멋있지만 사실 진짜 매력은 밤에 드러난다. 그래서 일부러 낮에는 가볍게 산책만 하고, 저녁을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2. 바다와 함께 즐기는 먹거리
광안리 하면 바다도 유명하지만, 해변을 따라 늘어선 맛집과 카페들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부산에 오면 회를 꼭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해산물이 싱싱하다. 나도 여행의 즐거움 반은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점심은 횟집을 찾아 들어갔다.
광안리 해변 바로 앞에 자리한 횟집에 들어가 광어와 연어회를 시켰다. 투명한 살점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데, 갓 잡아 올린 듯 신선한 맛이 일품이었다. 회에 곁들여 나온 미역국과 매운탕도 너무 맛있어서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부산 사람들은 이런 걸 늘 먹을 수 있다니 정말 부럽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식사 후에는 해변가 카페에 들렀다. 통유리 너머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마치 그림 속에 앉아 있는 듯한 풍경이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니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했다. 요즘은 카페마다 인테리어가 개성 있는데, 광안리의 카페들은 대부분 바다 뷰를 최대한 살린 구조라서 어디를 가도 만족스러웠다.
3. 밤바다에 피어나는 불빛의 향연
광안리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밤바다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자, 드디어 광안대교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다리 위로 수많은 조명이 켜지며 바다 위에 반짝이는 불빛이 퍼진다. 낮에는 웅장하던 다리가 밤에는 화려한 무대 장치처럼 변하는 순간이었다.
해변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야경을 즐기고 있었다. 돗자리를 깔고 치킨과 맥주를 먹는 사람들, 음악을 틀어놓고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 또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여행객들까지… 모두가 같은 바다를 바라보며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도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서 모래 위에 앉았다. 파도 소리가 리듬처럼 들려오고, 눈앞에서는 빛이 춤을 추듯 반짝였다.
특히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불어올 때, 마음속에 남아 있던 답답함이 모두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다른 걱정도, 고민도 필요 없었다. 그저 파도와 불빛, 그리고 시원한 맥주만 있으면 충분했다.
밤이 깊어지자 광안리의 풍경은 또 다른 매력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었지만, 바다는 여전히 반짝이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언젠가 힘들 때 다시 이곳에 와서 오늘 같은 바다를 만나면 큰 위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무리하며
광안리는 단순히 바다만 즐기는 여행지가 아니다. 낮에는 한적한 산책로, 점심에는 맛있는 먹거리, 저녁에는 눈부신 야경까지 하루를 가득 채워준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건, 이곳의 매력은 화려함 속에 담긴 소소한 여유라는 점이다. 부산에 온다면 해운대도 좋지만, 꼭 광안리에서 하루쯤은 보내보라고 권하고 싶다. 바다와 바람, 그리고 빛이 함께 어우러지는 그 순간을 경험한다면, 누구든 나처럼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